프리랜서 2년차의 고민

거의 모든 직장인들은 회사에서 시키는 일을 하고, 좋아하지 않는 것이라도 억지로 떠맡으면서 생활한다. 운 좋게 자신에게 잘 맞는 직장을 찾는다 하더라도 그 조직의 모든 구성원이 좋기는 어렵다. 이건 사장이든 회장이든 똑같을 것이다.

물론 “나는 시키는 대로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간혹 있다. 흥미도 지식도 없는 분야거나, 원하는 대로 말해봤자 어차피 통하지 않거나, 업무의 독박을 쓰게 될 수 있을 때... 그냥 시키는 대로 묵묵히 해내는 것이 더 낫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 탓에 시키는 대로 일 하는 것이 편해진 사람마저도, 이왕이면 자신이 정말 좋아하고 또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일을 하게 되는 날일 꿈꿀 것이다. 일종에 버티는 것이지 그 자체가 아주 좋아서 참는 것은 아니란 이야기다.

다행히 나는 내가 좋아하는 분야의 직업을 선택했고, 성격도 활발한 편이라 단체생활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어디서 일 못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도 없고 그래서 10년의 회사생활이 견딜만 했다. 그러나 이런 나도 결국 프리랜서를 계속 꿈꿨었다. 디자인 업무는 특별히 더 그런 사람이 많다. 애초에 디자인 업무의 특성상 ‘창작’의 일부이기 때문에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만 만들어 내는 것이 적성에 맞기 어려운 것이다.

말하자면 아주 긴 이유로 인해 결국 나는 1년 전 프리랜서로 전향했고 내가 원하는 대로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현실은 매우 달랐다. ‘자유’를 위해 회사를 박차고 나왔는데 프리랜서의 세계는 회사보다 더 자유가 없었다. 회사에서 일하고, 집에서는 쉬거나 취미생활을 하던 그나마의 구분선도 모호해졌다.

프리랜서의 생활은 그야말로 1인 사업가의 삶 같았다. 직원임 동시에 사장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일해야 하고, 나이 먹고는 하지 않던 과잉친절(아부)이 나도 모르게 튀어나왔다. 한번 연결된 클라이언트를 잃지 않도록 꾸준히 노력해야 했다. 억지 부리는 클라이언트에 대한 참을성도 엄청나게 요구됐다. 아무리 일하는 시간과 쉬는 시간을 정해서 지켜보려고 해도 잘 지켜지지 않았다. 회사에서 좋게 평가받던 ‘근면’과 ‘성실’은 프리랜서에게는 오히려 ‘독’처럼 느껴졌다.

업무가 몰릴 때 이해를 구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이번에 거절하면 혹시 일이 끊길까봐 무리하게 일을 모두 받아서는 며칠 동안 잠까지 아껴가면서 일만 한 적도 많았다. 프리랜서의 세계는 ‘일하는 만큼 번다.’라던데, 그 말은 곧 ‘버는 만큼 일한다.’이었다. 그게 정답이다.

또 하나의 불치병이 생겼다. 뭘 하든 수익구조와 연결하여 생각하는 좋지않은 버릇이 든 것이다. 돈자체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늘 돈만 생각하며 살기는 정말 싫었는데 SNS에 그림을 업로드할 때도 “혹시 이렇게 하면 누가 작업의뢰를 하지 않을까?”를 생각했다. 그러다보니 블로그 등에 글을 올릴 때도 나 자신의 흥미를 좇던 내가 사람들의 흥미만 고려하고 있었다.

회사가 원하는 것만 따르며 사는 것이 싫어서 프리랜서로 전향해놓고, 더 많은 사람들 심지어 알지도 못하는 불특정 다수의 니즈에 맞추려고 발버둥 치는 내가 되어가는 것 같았다. 이런 성향에 일과 개인생활 간 경계가 무너진 것이 더해지면서 일주일, 24시간 내내 늘 일을 생각하며 살게 되었다.

2017년 연말의 며칠은 이런 생각들로 인해 마음이 정말 좋지 않았다. 이렇게 사는 것이 과연 가치있는 삶일까 계속 고민했다. 그리고 큰 다짐을 하였다. 한두 달간 흥미롭고 의미있는 일에만 에너지를 쏟기로 했다. 그리고 그 안에 연결된 진짜 내가 할 일을 찾겠다고... 휴식이면서도 준비단계. 2018년부터 더 새로워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