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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ife

[Travel] 아무리 사람이 많아도 포기할 수 없는 바티칸 (바티칸 미술관 입장 방법)

로마 여행을 계획할 때부터 바티칸 시국을 가장 기대하기도 했고, 이곳의 미술관 작품을 빨리 구경하고 싶은 마음에 본격적인 일정은 바티칸에서부터 시작하였다.


성 베드로 대성당

 

미술관 입장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서 성 베드로 대성당 앞에 먼저 가보았다. 성당 안을 들어가기 위한 줄이 너무 길어 아쉽지만 밖에서만 보고 이동해야 했다. 바티칸은 공인 가이드가 많아 단체 관광객이 유독 넘친다. 한국뿐 아니라 거의 모든 나라 사람들이 가이드와 함께 모여 다닌다. 내가 간 시기에는 미국인이 특히 많아서 여기가 이탈리아인지 미국인지 헷갈릴 정도였는데, 중고등학생들이 많았던 걸 보면 수학여행 비슷한 걸로 이곳에 온 게 아닐까 싶었다.

 

이 사진만 보면 관광객이 없어 보이지만

 

조금만 시선을 내리면 이렇게 사람이 많다

 


바티칸 미술관 (입장방법)

 

바티칸 미술관은 출발 한 달 전쯤 한국에서 티켓을 예약했는데, 오전 입장은 가이드와 함께 하는 상품 외에는 남은 게 없어서 점심 식사 후 들어가는 시간을 골랐다. 공인 가이드를 통해 관람하는 선택지도 고민했지만 평소 고전 작품에 관심이 많은 남편을 믿고 생략했다. 나 역시 여행 전 조금이나마 관련해서 미리 공부하기도 했고, 잘 모르는 부분은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며 나름대로 즐겁게 다녀와서 결론적으로는 좋은 결정이었던 것 같다.

물론 이 선택은 가이드에 대한 불만족을 우려해서가 절대 아니다. 아무리 공부를 한들 공인 가이드의 전문 지식을 어떻게 따라잡겠는가. 또 가이드를 잘 만나면 여행에 필요한 좋은 정보도 더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부부가 다른 사람들과의 동행을 즐기지 않기도 하고, 무리를 잘 따라다닐 체력도 받쳐주질 못하다 보니 최종적으로는 늘 따로 여행하는 걸 선택하게 된다.

 

 

바티칸 뮤지엄 앞 (큰 문은 출구이고, 입구는 왼쪽에 따로 있다.)

 

부스에 예약 내역을 보여주면 티켓과 오디오 가이드 기기 교환권 (선택했을 경우) 을 준다.

 

티켓과 오디오 가이드 교환권은 1층, 오디오 가이드 기기는 2층에서 받으면 된다.

 

출구에 있는 오디오 가이드 반납통이 귀엽다.

 

입장 티켓을 교환하는 장소가 따로 있는 줄 알고 처음에는 근처 관광안내소를 찾아갔는데, 안내소 직원은 미술관으로 바로 가서 이야기하면 된다고 알려주었다. 미술관 입구 쪽으로 가니 예약한 사람을 위한 줄이 별도로 있었고, 미술관 직원들이 예약 내역을 확인하며 입장을 도와주고 있었다.

티켓 부스에 한 번 더 예약 내역을 보여주니 예쁜 티켓과 오디오 가이드 기기 교환 영수증을 주었다. 오디오 가이드 기기는 그 장소에서 바로 주지 않고 한 층 더 올라가서 다른 장소에서 받아야 한다. 2층으로 올라가면 오디오 가이드 기기를 나눠주는 곳이 두 군데(그 이상일 수도 있다) 있는데 영수증에 적힌 업체를 찾아가면 된다. 어떤 언어를 쓰는지 말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해당 언어로 채널을 맞춰준다. 어설픈 AI로 녹음된 거면 어쩌지 하고 걱정했는데 아나운서 톤의 성우가 녹음한 완벽한 한국어라 듣는데 거부감이 전혀 없었다. 작품의 번호를 누르면 바로 설명을 들을 수 있고 전화기처럼 귀에 대고 사용해도 되지만, 유선 이어폰을 챙겨가면 연결해서 더 편하게 즐길 수 있다. ('유선 이어폰을 챙겨가야지' 하고 계속 생각하고 있었는데 요즘 무선 이어폰만 쓰다 보니 결국 잊고 말았다.)

 

아름다운 천장과 그 아래 엄청난 관람 인파

 

평생 볼 동상은 다 봤다

 

 

더 눈에 띄는 것만 카메라에 담아도 엄청나다.

 


쉬어갈 수 있는 곳 (미술관 내 카페)

 

 

 

바티칸 뮤지엄 내부에 있는 카페

 

오래전에 만들어진, 그러나 믿기지 않게 정교한 조각들이 처음에는 정말 놀라웠다. 하지만 그 좋은 것도 지나치게 많으니 그저 그래져서 몇몇 작품은 눈에만 대충 담고 넘기기도 했다. 아름다운 천장과 벽을 계속 올려다보니 나중에 목에 담이 오는 듯했다. 중간에 쉴 수 있는 카페가 있어 반가운 마음에 들어갔다. 식사류나 디저트도 먹을 수 있지만 밥은 밖에서 제대로 먹고 싶어 에스프레소 두 잔과 탄산수만 시켰다. 커피도 맛있고 분위기도 좋았지만 오래 앉아있기는 어려웠다. 비단 이곳뿐 아니라 이탈리아의 다른 카페에서도 한 곳에 20분 이상을 앉아있기가 힘들었다. 많은 사람이 찾는 이 도시의 카페는 테이블 간 거리가 너무 가깝고, 수다의 데시벨은 너무 높다.

 

 

미술관을 절반 이상 구경하던 중, 넓은 창문을 통해 로마 도심이 한눈에 담기는 장소를 발견했다. 큰 창만 있고 작품이 별로 없는 공간이라 사람도 많지 않았기에 멋진 사진도 남길 수 있었다. 액자 속 그림 같은 이 공간도 작품의 일부인 것일까? 건축 당시에도 이 창을 통해 시내를 볼 수 있었을까? 이곳은 권력자가 아래를 내려다보던 곳이었을까, 일하는 사람들이 땀을 식히던 공간이었을까?

 

그림이 수놓인 양탄자들과 멋진 천장화들

 

이런 지도들이 아주 많았다. (모서리 부근에 그려진 자기세력을 나타내는 문양들이 모두 다채로웠다.)

 


No Camera, Keep Walking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큰 천장화가 많은 방으로 이동하니 어디선가 "드디어 미켈란젤로!"라며 기뻐하는 한국어가 들렸다. '천지창조'는 시스티나 성당에 있고 그 작품은 사실 미켈란젤로 것이 아니었지만, 넓은 공간을 계속 돌다 보면 여기가 저기고 저기가 여기인 듯 헷갈릴만하다.

한참 그렇게 천장에 그려진 멋진 작품들을 더 지나다 보면 시스티나 성당으로 향하게 되는데, 정작 천지창조는 촬영을 허가하지 않는다. 사람의 숨결이 닿아 그림이 훼손되는 걸 막고자 많은 인원을 한 번에 들이지 않기 때문에 작품을 오래 보기 힘들다. 그곳은 다른 데보다 관리하는 직원이 많았는데 계속해서 "노 카메라, 노 스톱, 킵 워킹"쯤 되는 영어를 외쳤다. 어차피 천장에 높이 달린 작품이라서 자세히 보고 싶다면 인터넷으로 보는 게 사실 더 낫다. 바티칸에서는 천지창조 작품을 마치 VR로 체험하듯 여러 각도에서 볼 수 있도록 사이트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바티칸에서 제공하고 천지창조 전체를 볼 수 있는 사이트
Sistine Chapel

www.vatican.va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과 고흐의 ' 피에타'

 

피에타. 생각보다 크기가 작았다.

 

관람 후반부에는 근대와 현대 미술가의 작품도 볼 수 있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고흐의 피에타도 소장하고 있다. 고흐의 작품을 실제로 본 건 처음이었는데 정말 느낌이 좋았다. 마침 우리가 이탈리아에 있는 동안 로마에서 '고흐전'이 열리고 있어서 여행 막바지에 더 많은 작품을 볼 수 있었다.

 

박물관 관람을 거의 끝내고 나오는 길에 본 창밖 풍경

 

그냥 보는 것보다 창을 통해 보는 것이 더 예뻐서 창문 밖에서 찍은 사진도 남겨보았다.

 


이탈리아의 젤라또 (중요한 정보)

 

미술관 관람이 끝난 후 건너편 가게에서 젤라또를 하나 샀다. 코코넛 아이스크림을 골랐는데 먹다 보니 과육도 씹히고 맛이 좋았다. 이탈리아에서 젤라또를 먹을 땐 어느 집이든 다 맛있으니 굳이 긴 줄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정보는 흔하다. 하지만 콘을 잘못 고르면 아주 비싼 아이스크림을 먹게 된다는 중요한 정보가 빠져있다. 기본 콘, 와플 콘, 초코와플콘... 콘을 바꿀 때마다 가격이 제곱셈하듯 올라가는데 은근슬쩍 와플 콘이나 초코 콘을 권하는 주인들도 있다. 맛은 물론 좋지만 얼떨결에 1만 7천 원쯤 하는 젤라또를 먹게 되면 억울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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