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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ife

[Travel] 피우미치노에서 로마 도심으로 들어가기 (그리고 애어비앤비)

돌이켜보면 소매치기에 대한 지나친 걱정이 오히려 여행을 방해한 면이 크다. 공항에 도착하면 처음 본 장면을 카메라에 기록하기 마련인데, ‘로마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가 적힌 전광판이라든가, 공항 입구 사진 같은 게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걸 보면. 공항 밖을 나오자마자 소매치기를 당하거나 당할 뻔했다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었던지라 가방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도심으로 들어가는 길

 

공항에서 출발하는 대부분의 열차는 로마 메인 역인 ‘떼르미니’로 가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모이는 방향으로 따라만 가면 될 정도로 거의 모두가 떼르미니행 열차를 탔다. 하지만 우리가 탈 열차는 떼르미니행이 아니었다. 로마 주요 관광지를 기준으로 떼르미니역은 약간 오른쪽에 있고 피우미치노 국제공항은 로마의 왼쪽에 위치해 있다. 우리가 묵을 숙소는 주요 관광지에서 가까웠기 때문에 숙소 주인은 그쪽으로 바로 오는 열차와 버스 편을 알려주었다. 서울로 치면, 인천 국제공항에서 서울역이 떼르미니역, 주요 관광지가 홍대입구라고 생각하면 된다. (실제 거리는 다르지만 대략적인 위치가 그렇다.)

숙소 주인의 추천 경로가 지형적으로나 상식적으로 더 좋은 방법이었기 때문에 떼르미니역을 거치지 않는 방법을 선택했는데 문제는 그 열차가 자주 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떼르미니역을 거쳐 되돌아가는 것보다 10분 이상 단축되는 길이었지만 배차간격이 길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더 걸린 셈이었다. 

 

이 기기에 기차표를 태그하지 않으면 무임승차로 간주될 수 있다
티켓을 넣고 왼쪽으로 밀면 태그한 시각이 찍힌다

국적기인 대한항공을 이용했기 때문에 도착 시점에는 한국인이 많았는데 과장 하나 보탬 없이 우리 빼고 모두가 테르미니행 열차를 탄 것 같았다. 우리가 탄 열차의 동양인은 우리 두 사람뿐이었다. 처음 열차에 올라탔을 때는 그 낯선 느낌이 나쁘지 않았지만 버스로 환승하기 위해 열차에서 내린 후부터는 생각이 달라졌다.

 

그리 늦은 시간은 아니었는데 메인 역이 아니라 그런지 밤은 더 어두웠고 역무원도 없었다. 숙소로 이동하려면 당장 버스티켓이 필요했는데 대부분의 역내 시설이 문을 닫은 상태였다. 하는 수 없이 일단 역 밖으로 나와 티켓을 사기위해 타바끼(tabacchi)를 찾아 헤맸다. (이탈리아의 ‘타바끼’는 담배, 복권, 간식 등을 파는 구멍가게 같은 곳으로 이곳에서 버스티켓도 살 수 있다.) 더 이른 시간이었다면 문을 연 타바끼가 많았을 텐데 그 시간에는 거의 없었다. 빙빙 돌다 겨우 한 군데를 찾아 원웨이 티켓을 끊고 구글 지도로 버스가 언제쯤 오는지 조회해 보았다. 아뿔싸, 티켓을 사기 전 놓친 버스가 한 대 있었는데 그다음 버스가 20분은 지나야 온다고 나와 있었다.

 

큰 역에 있는 타바끼는 사용자가 너무 많아 버스티켓이 없는 경우도 있다.
에스프레소 바와 같이 운영되는 타바끼가 많다.

그리 늦은 시간은 아니었는데 메인 역이 아니라 그런지 밤은 더 어두웠고 역무원도 없었다. 숙소로 이동하려면 당장 버스티켓이 필요했는데 대부분의 역내 시설이 문을 닫은 상태였다. 하는 수없이 일단 역 밖으로 나와 티켓을 사기 위해 타바끼(tabacchi)를 찾아 헤맸다. (이탈리아의 ‘타바끼’는 담배, 복권, 간식 등을 파는 구멍가게 같은 곳으로 이곳에서 버스 티켓도 살 수 있다.) 더 이른 시간이었다면 문을 연 타바끼가 많았을 텐데 그 시간에는 거의 없었다. 빙빙 돌다 겨우 한 군데를 찾아 원 웨이 티켓을 끊고 구글 지도로 버스가 언제쯤 오는지 조회해 보았다. 아뿔싸, 티켓을 사기 전 놓친 버스가 한 대 있었는데 그다음 버스가 20분은 지나야 온다고 나와 있었다.

 

그러나 예상 도착 시간은 전혀 맞지 않았고 다행히 곧 다음 버스를 탈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도착 예정 시간이 거의 1분 단위로 정확하지만 이곳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버스를 타고 조금 달리니 금방 숙소 근처에 도착했다. 숙소가 관광지 중심가에 위치해서 원래는 번화한 곳이지만 그때는 이미 밤 10시 가까이 됐었고 대부분의 골목이 어두웠다.

이탈리아 버스 티켓 (도시마다 모양은 같아도 구입한 도시 외 다른 도시에는 사용할 수 없다.)


불안했던 숙소 찾기

 

사실 내가 유난히 불안했던 이유는 따로 있었는데 예약해 둔 에어비앤비 숙소 주인이 공항에서부터 숙소 앞에 도착할 때까지 몇 개의 메시지에도 답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도착한 건물의 입구 사진을 찍어 도착했으니 이곳으로 나와달라는 의미로 그녀에게 메시지를 한 번 더 보냈다. (타이베이에서도 에어 비앤비를 이용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숙소 주인과 밖에서 만나 집 안으로 함께 이동했기에 여기서도 그렇게 해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숙소 주인에게 보내려고 찍은 입구 초인종 사진

이쯤 되면 1층으로 나오겠지 싶었는데 그녀는 집 안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답장을 했다. 아니, 그러니까 그 집 안으로 도대체 어떻게 들어가냐고! 네가 사는 곳이 몇호인데? 라며 혼잣말로 답답함을 호소하다 문뜩 채팅창 속 그녀의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아 이거구나. 초인종 버튼에는 그녀의 이름과 동일한 'Piera(피에라)'라는 이탈리아어가 적힌 층이 있었고, 벨을 누르자 그녀가 건물 밖으로 나왔다. 문화의 차이였을까. 이런저런 답답함에 그 순간은 야속한 마음까지 들었지만 만남 이후에는 그녀는 친절하게 우리를 대해주었다.


이탈리아의 엘리베이터

 

이탈리아의 오래된 건물 엘리베이터에 대해서는 몇몇 들은 바가 있었지만 직접 타본 것은 처음이었다. (지난번 동유럽 여행 때에는 호텔만 이용했고 그곳의 엘리베이터는 크기만 작을 뿐 모두 한국과 다르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문은 나무로 되어있고 밖으로는 철문이 있었다. 문은 모두 수동이라 이용하는 사람이 직접 열고 닫아야 하는 데 사용이 끝나면 잘 닫아둬야 한다. 특히 안에 달린 나무 문을 닫지 않으면 다른 층에서 엘리베이터를 불러도 오지 않기 때문에 자칫하다간 이탈리아 할머니의 호통을 들을 수 있다는 농담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아주 좁은 엘리베이터 안 (그나마도 광각렌즈로 찍은 사진)
나무 문 밖에는 이렇게 철문이 있다


로마의 밤


불 꺼진 거리와 오래된 건물의 입구가 처음엔 낯설었지만 숙소 안은 은은한 조명과 소박한 인테리어로 분위기가 괜찮았다. 지친 심신을 다독이며 누우니 3월 말 차가운 로마의 밤 기온이 나를 괴롭혔다. 창가에 커다란 라디에이터가 있었지만 웬일인지 작동하지 않았고 켜고 끄는 방법을 잘 몰라 첫날은 어영부영 그냥 잠이 들었다.

 

둘째 날에는 라디에이터 켜는 방법을 위키백과에서 찾아 추위를 해결했는데 그것 또한 작동이 되다 안되다를 반복해서 완벽하게 따뜻해지진 않았다. 결국 이불을 조금 더 달라고 이야기하려 옆방에 있는 주인에게 찾아갔는데, 그녀는 없었고 그녀의 어머니만 있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나이가 8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백발의 등이 굽은 노인이었는데 얼굴이 영국 배우 앤서니 홉킨스를 닮았다. (홉킨스는 남자지만 정말 닮았다.) 할머니는 이탈리아어만 할 수 있었기에 나는 번역기에 이탈리아어가 큰 글자로 나오도록 해두고 이불을 더 받을 수 있는지 물었다. 무언가 여는 동작을 하며 이탈리아어로 대답하는 할머니를 보고, 혹시 옷장 서랍에 있다는 의미인가 싶어 가보니 역시 그 안에 이불이 더 있었다.

 

한 쪽 벽을 채운 작은 액자들
피곤해서 난장판으로 어지러둔 내 물건

관광객이 365일 찾는 도시인 로마는 밤이 조용하지 않았다. 주요 관광지 근처에 숙소를 잡은 데다가 연약한 창틀은 바깥소리를 막아주지 못했다. 로마를 상상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는 굉음에 가까웠던 '사이렌' 소리. 처음에는 앰뷸런스로 생각하고 위급한 상황이니 이해하자 되뇌었는데 알고 보니 경찰차였다. 주기적으로 순찰하며 돌아다니는 경찰차는 낮이건 밤이건 새벽이건 상관없이 큰 소리를 내었다. 며칠을 시달리다 보니 그 사이렌의 생색내기가 얄미울 지경이었다.

주인 모녀가 키우는 고양이


날이 밝자 로마가 되었다

우리가 묵은 숙소 바로 앞에는 ‘산 안드레아 델라 발레(Sant'Andrea della Valle)’라는 큰 성당이 하나 있는데 자그마치 1600년대에 지어진 건축물이다. 눈을 돌리면 모든 게 유적으로 가득한 도시인 줄은 알았지만 17세기에 지어진 성당쯤은 식당, 카페, 꽃집과 평범하게 어울려 지내는 그런 곳이 로마다. 밤새 어둡고, 춥고, 시끄럽다고 설명했던 공간이 해가 뜨면서 비로소 '로마'가 되었다. 영화로 만나고 상상으로만 즐기던 그 로마에 드디어 온 것이다.

 

왼쪽이 성당이고, 오른쪽이 우리가 묵었던 숙소
성당 입구
숙소에서 나오면 바로 보이는 거리
숙소 주변의 거리 풍경


E-mail
imstar081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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