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동안 여러 경로로 받았던 질문을 풀어 이야기 해보려 한다.
오랫동안 클래스를 운영하면서 커리어나 그림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고,
함께 그림을 그리며 여러 고민을 나눈 경험을 바탕으로 몇가지를 정리해 본다.
이 글이 누군가에게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실수는 모두 제가 할게요. 당신은 꽃길만 걸으세요.
Question 1 ::
팔로워가 많으면
외주가 많이 들어올까?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SNS 팔로워가 많으면 외주 작업 의뢰받는 데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팔로워가 많은 만큼 인지도가 높은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도 있지만, 작가 계정을 통해 추가적인 홍보가 된다는 점에서 클라이언트가 선호하는 조건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1차 클라이언트가 바로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작업을 의뢰하는 경우도 있지만 2차, 3차 에이전시를 통해 작가를 구하는 때가 더 많다. 이때 간혹 에이전시에서 여러 작가를 섭외망에 두고 1차 클라이언트에게 작가의 프로필을 공유하는 경우도 있는데 작품 소개와 작업 이력은 물론 SNS 특히,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치를 보고하기도 한다. (에이전시와의 메일을 주고받다가 잘못된 메일이 오면서 공유되는 자료를 직접 본 경험이 있다.)
하지만 팔로워가 많지 않아도 외주 의뢰를 많이 받는 작가들도 매우 많다. 사실 인스타그램은 본래 일러스트레이터의 포트폴리오 전용 플랫폼도 아니기에, 아트워크가 주로 게시되는 플랫폼의 수많은 작가들 중에는 인스타그램만 놓고 보았을 때 팔로워가 적은 작가들도 흔하다.
사실 클라이언트에게 가장 중요한 건 무엇보다도 제품이나 행사의 분위기와 잘 맞는 삽화를 쓰는 것이기 때문에 팔로워가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때에 따라서는 작업 결과물을 SNS에 공개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하는 클라이언트도 있을 정도이니 팔로워를 꼭 많이 늘려야 한다는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된다. 많을수록 좋기야 하겠지만 '팔로워'와 '좋아요' 수에만 연연하면 피로감이 느껴져 드로잉 작업 자체에 대한 슬럼프가 올 수 있다.
그럼에도 일정 이상의 팔로워를 꼭 챙기고 싶다면 내가 추천하는 수치는 천 팔로워 이상이다. 천 팔로워가 물론 적지 않은 숫자지만 꾸준히 작품을 업로드하고 소통에 시간을 투자한다면 길지 않은 기간에 챙길 수 있는 수치이다. 삽화 사용처가 SNS 홍보용인 경우가 꽤 있기 때문에 클라이언트가 작가에게 몇 시에 어떤 방법으로 작품을 게시할 것인지를 함께 의논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방식의 외주에 유리하고자 한다면 팔로워 늘리기에도 노력을 가할 필요가 있다.
(어떻게 하면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늘릴 수 있는지도 다음에 한번 다뤄보겠다.)

Question 2 ::
모작을 넘어
창작을 하고 싶다면
운영하고 있는 클래스 중 자유반 수업이 있는데 참여자 중 몇몇은 모작을 하기도 한다. 원작과 아주 비슷하게 잘 그려내는 실력가도 많은데 모두들 "보고 그린 거예요", "따라 그렸을 뿐이에요"라고 겸손하게 이야기한다. 일단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모작도 실력이다. 다른 그림을 보고 비슷하게 그리는 것이 절대 쉬울 리가 없으며, 특히 아이패드나 포토샵처럼 디지털 드로잉은 모작이 더 어렵다. (사용하는 브러시와 질감의 종류가 무궁무진해서 원작자가 사용한 것과 똑같은 분위기로 구현하기가 힘들기 때문)
이렇듯 모작도 아주 어려운데 나만의 작품을 만드는 '창작'이 쉬울 리가 없다. '창작'이라고 거창하게 표현하니 더 멀게 느껴지는데 카테고리별로 나눠서 생각하면 조금은 쉽게 다가갈 수 있다. 일러스트를 구성하는 여러 가지 요소인 주제, 소재, 구도, 색감, 질감 등을 모두 쪼개서 고민해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반려견을 향한 나의 사랑>을 '주제'로 하는 그림을 가정해 보자. '소재'는 강아지, 그리고 강아지와 함께 있는 인물, 배경이 될 장소 등이 필요할 것이고 이것은 사진을 찾아 모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인상적인 포즈의 인물과 강아지 사진을 찾았다면 그걸 '구도'로 삼을 수 있을 것이고, <사랑>과 관련된 분위기의 색감도 모으면 도움이 될 것이다.
디지털 드로잉의 경우, 재료가 필요하지 않고 수정이 용이하다는 큰 장점 때문에 일단 캔버스를 열고 바로 그리기를 시작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창작'에 포인트를 주고자 한다면 먼저 자료를 많이 모으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후 스케치를 시작하는 것이 더 좋다. 나는 자료를 모을 때 인물이 있는 그림의 경우, 인물 포즈, 옷차림, 배경, 소품 등을 각각 여러 장씩 찾아둔다. 그리기를 시작한 후에도 부족한 자료가 있으면 더 많이 검색해서 추가로 보고 그린다.
또 아주 작은 창작 노트를 만들어 두고 평소 거기에 두들링을 한다. 커다란 캔버스를 채우는 것은 부담스럽지만 작은 수첩에 낙서하는 것은 겁날 것이 없기에 그곳에 연필이나 볼펜으로 대충 구도나 스토리를 짜볼 때가 많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이야기 하나 더! 연습이나 취미로 혼자 다른 작가의 작품을 모작하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지만 완성작을 게시하게 될 경우라면 반드시 모작임을 잘 밝혀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해야 한다. 팬덤이 있는 작가의 경우, 원작자 당사자가 그냥 넘어가더라도 팬들이 문제 제기를 할 수 있으니 더 조심하자.

Question 3 ::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잘 모르겠을 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고 그에 따른 계획도 확실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대부분은 이게 맞을까 저게 맞을까 긴가민가해하며 가능한 범위 내에서 선택을 하게 마련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게 이상한 게 아니기 때문에 그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다.
내가 좋아하는 걸 바로 찾기 어려울 때 써볼 수 있는 방법은 불호를 먼저 찾아 걸러보는 것이다. 식사 메뉴 고를 때에도 뭐가 땡기는지 정할 시 어려울 땐 안 땡기는 것부터 이야기 해보는 것 처럼 말이다. ‘돈을 많이 줘도 이 일만은 하고 싶지 않아’, ‘이건 내가 평소 피하는 분야야’ 이런식으로 원하지 않는 것들을 지워나가며 하고 싶은 일들만을 체망 위에 걸러둬보자. 남아있는 것들 중 가장 선호되는 것, 내가 남들보다 잘 해낼 수 있는 것, 바로 시작할 수 있는 것들을 또 다시 걸러서 찾아나가면 된다.
(나는 가끔 종이에 쭈욱 써두고 이렇게 지워나가면서 선택을 한다. 시간은 유한하고 나이를 먹을수록 더 그게 와닿아서 선택을 잘 하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에 그렇게 한다.)
하고 싶은 일을 직업인 명사로만 정의하지 말고 동사와 형용사를 붙여 정리해보는 걸 추천한다. 명사인 ‘일러스트레이터’에 ’어린이에게 희망을 주는‘, ’고양이 집사에게 공감이 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이끌어내는‘ 등의 수식어를 붙여 나만의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자. 참고로 내가 평소 생각하고 있는 나의 수식어는 좀 포괄적이지만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이다. 이렇게 내가 정해둔 가치를 염두하며 지내면 작업할 때는 물론 어떤 결정을 할 때에도 큰 도움이 된다.
관련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3YJ-qu9mGq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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